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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왜 정치적 발언이 금지되어 있나 2편: 교사가 시민으로 서지 못할 때, 교실은 어떤 공간이 되는가

교육&철학

by by Noma 2026. 5. 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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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우리는 교사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하는 제도가 어디서 왔는지를 살펴보았다. 쿠데타 정권이 만든 법이 민주화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교사를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존재로 묶어두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 제도의 문제는 교사 개인의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가 시민으로 서지 못할 때, 교실 자체가 달라진다. 이번 편에서는 그 결과를 들여다본다.


1. 성적 최상위, 행복 최하위

한국 학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부하고,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

OECD 국가들의 주당 평균 공부시간은 33시간이다. 한국은 49시간으로 1위다. 2024년 기준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천억 원, 사교육 참여율은 80%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사교육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 투입의 결과로, 한국 학생들은 PISA에서 수학, 읽기, 과학 모두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그런데 같은 OECD 조사에서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도는 비교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다.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33.8%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나 자주 한다"고 답했다. 주요 스트레스 요인 1위는 학업 문제(37.2%)였다. 2023년 15~18세 자살률은 6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주목할 만한 숫자가 있다. 같은 PISA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문항을 정확히 해결한 비율은 25%로, OECD 평균 47%의 절반 수준이다. 자기주도 학습 역량도 평균 이하다. 성적은 최상위인데,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평균에 못 미친다. 이 역설은 무엇을 말하는가.

프레이리는 이런 교육 방식을 '은행저금식 교육(banking education)'이라고 불렀다.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저장하는 교육.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훈련이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채울 때, 세상을 읽는 언어를 배울 시간과 공간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


2. 교사는 왜 이 구조에 개입하지 못했는가

이 구조에 맞서 "우리 교실은 다르게 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교사가 있었는가.

제도적으로 정치적 발언권을 박탈당한 교사는 입시 경쟁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압력 앞에서 어떤 공적 권위를 가질 수 있는가. 시민으로서의 판단을 유보하도록 강요받은 존재가 교실의 방향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교사의 정치적 무력화가 교실이 입시 경쟁에 잠식당하는 구조적 조건 중 하나였다는 것은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

더 직접적인 문제도 있다. 교육과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은 교육부와 교육과정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공적으로 이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는 사실상 없었다. 교실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논의에서, 교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빠져 있었던 셈이다. 정치적 발언이 제한된 교사는 교육 정책 논의에서도 주변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3. 사회과는 어떻게 밀려났는가

교사가 사회 현실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것을 다루는 교과가 교실에 살아있어야 한다. 그 교과가 바로 사회과다. 불평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국가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시민은 어떻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 이것을 가르치는 교과다. 그런데 이 사회과가 두 방향에서 동시에 밀려났다.

하나는 입시 구조의 문제다. 2005학년도 수능부터 자연계열 학생들은 사회탐구 영역에 응시하지 않게 되었다. 약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과를 선택한 학생 전체에게 사회과는 수능에서 존재하지 않는 교과였다.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으로 문·이과 구분이 공식 폐지되었지만, 각 대학이 자연계열 모집에서 과학탐구 과목을 사실상 지정하면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이과생들이 점수 전략상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은 사회과에 대한 관심의 회복이 아니라 표준점수 유불리를 계산한 결과다.

문과생들 사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6학년도 수능 기준으로 사탐 과목 중 사회문화가 49.5%, 생활과 윤리가 42.2%로 압도적 1, 2위를 차지한 반면, 민주주의의 원리와 권력 구조, 시민의 권리를 직접 다루는 정치와 법은 7.1%, 경제는 1.6%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사회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교과가 입시 전략 앞에서 외면받는 구조다. 수능에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은 학교 현장에서도 진지하게 다루어지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교육 내용의 문제다. 미국의 비판교육학자 마이클 애플은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이 언제나 측정 가능한 성과와 시장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고 분석했다. 수학 점수, 과학 성취도, 코딩 능력은 측정되고 비교되고 순위가 매겨진다. 반면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 권력 구조에 대한 이해, 시민적 판단력은 시험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한국 교육과정이 STEM 교육 강화, 코딩 필수화, 융합인재교육(STEAM)의 방향으로 재편되어온 것은 이 흐름의 한국적 형태였다. 미래 사회를 대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 실질에는 경제적 생산성과 취업 가능성을 중심에 놓는 교육관이 깔려 있었다.

여기에 역사 교육의 민족주의화가 더해졌다. 2007년 역사가 사회과로부터 분리된 배경은 일본 교과서 파동, 중국의 동북공정, 독도와 위안부 문제의 외교적 부각에서 비롯된 민족주의적 압력이었다. 역사 교육이 강화되었지만 그 방향은 민족의 수난과 저항, 국가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서사 쪽으로 흘렀다. 4·19와 5·18이 "시민이 국가권력에 맞서는 방법"으로 가르쳐지는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저항"으로 가르쳐지는가에 따라 학생이 얻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현재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읽는 언어가 되지만, 후자는 민족적 자긍심을 확인하는 의례가 된다.

입시 구조, STEM 강조, 민족주의적 역사 서사. 세 방향의 압력 속에서 사회과는 이중 삼중으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리고 이 공백을 채울 수 있었을 교사는 제도적으로 침묵을 강요받고 있었다.


4. 시민의 언어가 없는 자리에 남은 것

사회를 구조적으로 읽는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취업이 안 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노동시장의 구조, 산업 재편의 흐름, 정책의 실패를 읽는 언어가 있다면, 그 불만은 구조를 향한다. 그런데 그 언어가 없다면? 불만은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향하기 쉽다. 여성이 내 자리를 빼앗아 갔다거나, 특정 세대가 기회를 독점했다거나. 구조가 보이지 않을 때, 같은 구조 안에서 경쟁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적으로 여기게 된다.

2017년 박근혜 탄핵의 광장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20대 남녀가 이후 빠르게 분화한 것, 20대 남성 다수가 보수 정치로 이동한 것을 두고 많은 분석이 있다. 젠더 갈등, 경제적 불안,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 이 요인들이 모두 작동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질문을 더 얹고 싶다. 이 세대가 자신의 불만을 구조의 언어로 표현하고 타인과 연대하는 방식을 배울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가. 그 교육의 자리에, 그런 언어를 함께 탐구할 수 있는 교사가 있었는가.

이것이 세대의 실패라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교육만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도 과잉이다. 다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육이 시민의 언어를 가르치지 못했다면, 그것이 다른 요인들과 어떻게 맞물렸는지는 진지하게 물어볼 만한 문제다.


5. 변화의 시작, 그러나 남은 조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통합사회를 공통 필수 과목이자 수능 과목으로 편입시켰다. 반가운 변화다. 어떤 계열을 선택하든 최소한 이 교과는 거치게 된다는 것, 사회를 읽는 언어를 가르치는 교과가 입시에서 완전히 밀려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런데 제도가 수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통합사회가 진정한 시민 교육으로 기능하려면,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가 살아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불평등과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해 교사 스스로 발언하고 질문하고 판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은 언제든 정치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 국정 역사 교과서 논란이 보여주었듯, 교육과정은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방향에 따라 움직여온 역사가 있다.

이 제도적 성과를 지키고 살아있게 만드는 힘은 결국 어디서 오는가. 3편에서는 그 질문을 직접 다룬다.


다음 편: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학생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교실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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